음반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

엊그제 페이스북에서 신대철씨의 글(링크, 하단 첨부)을 읽고 뭔가 코멘트를 적고 있었는데, 트위터에서 @dsuh9 님이 자본과 노동에 대한 내 글과 신대철씨의 글을 묶어서 소개해 주셨다. 역시 제3자가 봐도 비슷한 문제의식으로 보였나 보다.

 

하튼, 신대철씨의 글은 음반 시장의 역사, 그리고 지금의 정액제 스트리밍 시장에서 음악가들의 척박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실 난 음악과 관련해서는 적극적 팬(또는 소비자)은 아니지만, 단순히 안타까운 마음보다는 산업 구조 관점에서 공감이 가는 면이 있어 몇 자 적어본다. 어디까지나 산업 관점의 글이니만큼, 먼저 음악가들을 ‘생산자’ 등으로 부르는 데 대해 양해를 구한다.

 

기본적으로 산업은 생산자가 재능과 노력, 장비와 비용 등을 투입하여 소비자들에게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시작된다. 그리고 여기서 부가된 가치는 생산자, 소비자, 그리고 유통 주체들에게 분배된다.

음반 산업의 역사를 보면, 초기에는 음악가, 음반사 등 생산자들이 가져가는 몫이 꽤 후했던 것 같다. 경제성장의 과실을 누리던 소비자들은 컨텐츠에 기까이 대가를 지불했고, 높은 부가 가치가 발생하는 음반 산업에는 새로운 생산자들이 계속해서 진입했다. 컨텐츠의 품질과 다양성은 강화되었고, 높아진 컨텐츠의 질이 소비를 더욱 촉진하면서 산업은 선순환 구조에  접어든다.

 

내가 처음 인식한 앨범은 이게 아닌었나 싶다

내가 처음 인식한 음반은 이거였던 것 같다

 

mp3와 소리바다라는 기술적 변화는 이러한 음반산업의 생태계를 일시에 철저하게 파괴해 버렸다.

소비자들은 복제를 통해 음반산업의 부가 가치를 독점했다. 그 전에는 소비자들이 만원 주고 산 음반에서 2만원 정도의 만족감을 얻었다면, 음반값 만원은 생산자들의 몫, 차액 만원은 소비자의 몫이었다. 그러나, 소리바다에서 공짜로 음악을 다운받은 소비자들은 생산자에게 아무 대가도 치르지 않은 채, 2만원의 효용을 누렸다.

결국, 수익 모델이 완전히 무너진 음반 산업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결국 컨텐츠의 품질과 다양성, 소비자 효용은 빠르게 감소했다.

 

공포의 파괴자, 소리바다

무자비한 파괴자, 소리바다

 

어떠한 산업이든 이런 파괴적인 구조조정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밖에 없다.

기획사들은 재능이 보이는 가수 지망생을 싼 값에 입도선매해서 효율적으로 트레이닝 시킨 후 카테고리화된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찍어냈다. 그리고 인기가 오르면 CF, 공연, 기업 행사 등 다양한 부수 활동을 통해 최대한 수익을 뽑아냈다. 수출길(?)도 뚫었다. 척박한 시장에서 나름의 생존 방정식을 만들어 낸 것이다. 가수가 되고자 하는 젊은이들은 이들의 시스템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기획사를 비판하는 사람도 많지만, 난 이런 비판에 좀 부당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런 방식 외에 살아남을 방법이 없는 시장 환경을 만든 데에는 소비자들의 책임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공짜를 원했고, 어찌 보면 기획사들은 공짜로 제공할 수 있는 음악과 가수를 만들어 냈을 뿐 아닌가? 어떻게 보면 대견하고, 칭찬해줘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멜론, 올레, 벅스, 네이버 너마저도...

멜론, 올레, 벅스, 네이버 너마저도…

 

한편, 이 와중에 음악으로 소비자들에게 돈을 받아내는 새로운 방식을 개발한 이들은 새롭게 음반 산업에 숟가락을 얹는다. 컬러링이 그렇고, 정액제 스트리밍이 그렇다.

서비스 업체들에 대해 생산자들이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들도 할 말이 없지는 않을 것 같다. 어쨌건 음반 산업의 수익모델이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자기들이 가진 자원과 시스템을 활용하여 아예 없던 수익의 흐름을 만들어준 것 아닌가? 고객 접점을 만든 것도 자신들이니 좀 더 많은 몫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싫으면 나가서 재주껏 팔아보던가’ 라는 식이다. 정말 얄밉고 치사하지만, 슬프게도 다른 방법이 없다.

 

이런 상황이 초래된 근본적 원인이나 타개할 방법들을 좀 생각해봤는데, 사실 업계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고 뾰족한 아이디어도 없지만 그냥 생각한 것이 아까워 몇 가지 적어본다.

 

1. 무형의 가치에 대가를 지불하는 문화가 형성되야 한다. 

과거 음반산업이 고객의 지갑을 열며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음악이 LP, 테이프, CD와 같은 실물 형태로 존재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실물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지갑을 닫았다. 선진국의 문화컨텐츠가 풍부하고 서비스업이 강한 이유는 딱 하나,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인정하고 대가를 지불하기 때문이다.

 

2. 경제가 좋아져야 한다.

별로 의미없는 얘기 같기도 하지만, 상식적으로 좀 먹고 살만하고 여유도 있고 해야 음악도 깊고 다양하게 즐기지 않겠는가. 점점 팍팍해지는 현실 속에서는 높은 수준의 음악보다는 그저 공짜로 즐기는 말초적인 음악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3. 물질보다 정서적/문화적 가치를 더 중시하는 사회로 이행한다.

사실 이것도 요원한 일이지만, 경제가 좋아지길 바라는 것보다는 현실적일지도 모른다. 살기 어렵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옛날처럼 굶을 정도는 아니니, 출세 욕심은 살짝 내려놓고 사회가 좀 더 정서적/문화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분위기로 간다면 사람들이 음악에 돈을 좀 더 쓰게 되지 않을까 싶다.

 

4. 고객 접점을 혁신해야 한다. 

사람들이 음악에 돈을 더 쓰게 된다고 해도 이게 1차 생산자인 음악가들에게까지 충분히 흘러오지 못하면 효과가 없다. 신대철씨가 말하는 대안도 음악가들이 협동조합 형태의 음원 서비스 업체를 만들자는 것 같은데, 기업의 형태나 지배구조가 물론 의미는 있지만 전부는 아닌 것 같다. 빼앗긴 고객 접점을 찾아오려면 기존의 스트리밍 서비스보다 확실히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방법은 모르겠지만 뭔가 혁신적인 모델이 필요하다.

 

5. 추가적인 수익 활동을 다양화한다.

이런 것은 이미 많이 하고 있을 것 같긴 한데, 더 많은 음악가들이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기술의 발달과 경쟁의 심화로 기존의 수익모델이 무너지고 있는 산업은 음악 뿐만이 아니다. 광고 없이 구독료만으로 운영되는 신문사, 현금서비스/카드론 없이 연회비와 가맹점 수수료만으로 운영되는 카드사는 정말 업계 사람들이 바라는 바이겠지만, 꿈같은 얘기일 뿐이다. 음악가들이 음원 판매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어야 더욱 다양하고 훌륭한 음악이 나올 수 있다는 점 충분히 동의하지만, 소비자와 시장이 이를 용인하지 않는데 어쩌겠는가. 음원 판매 수익은 최소한의 제작비 정도만 충당한다 생각하고, 팬들이 기꺼이 돈을 더 지불할만한 다양한 수익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산업은 다르지만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음반 산업과 음악인들의 건투를 빈다. 

 

아래는 신대철씨의 글

신대철

 

이 글을 개시 하는것도 부담스럽습니다. 끈기를 갖고 특히 음악하는 분들은 꼭 읽어 주세요.

어느날 음악하는 후배가 찾아왔다.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소주도 한잔 기울였다. 그 친구 대뜸 이렇게 묻는다.

“그런데 정말 어떻게 해야돼요?”

그가 하는 말인즉슨 왜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가 없느냐 하는 것이다. 그 말엔 명성과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허나 나라고 해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나도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그 얘기를 하고싶다.

(한국의 음반산업사..그 파탄의 변)

태초에 레코드사와 가수만 있었다. 물론 당시에는 인세를 떼먹거나 그 개념조차 없던 시절. 그래도 대박이 있으라! 하면 척 하고 나타났다. 구조가 간단했다. 대략 80년대 중 후반 까지는 갑과 을 만 있었다. 지구,오아시스,서라벌,… 다 생각은 안 나지만 전통적으로 굳건히 자리잡고 있던 음반사들. 이런 회사들은 원스톱으로 모든걸 해결했다. 저마다 커다란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케스팅,녹음,제작,디자인,유통,메니지먼트까지. 그러다가 90년대 접어 들면서 본격적으로 기획사 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선배 레코드 회사를 롤모델로 생각하며..

우리나라 음반업계엔 ‘마이킹’ 이란것이 있다. 원래 화류계 용어다. 쉽게 말해 선불금을 뜻한다. 더 쉽게 말하면 빚이다. 만약 내가 음반을 만들고 싶은데 자본이 없다. 그래도 훌륭한 가수와 좋은 곡이 있다면..큰 레코드사를 찾아간다.

“이번에 음반 내려하는데 마이킹 1억만 주세염”

그러면 음반사에서 검토해보고 1억을 내 준다. 내 기억에 90년대 초 중반엔 시디 1장당 7~800원에 리쿱하는 조건이었다. 그러면 대략 14~5만장 정도 팔리면 변제가 되고 그 이후의 판매 수익은 순익으로 남는다.

대박이 있으라! 하니 있었다. 이런 형태로 대박난 메니저나 제작자들이 회사를 차리기 시작했고 대박을 꿈꾸는 후발주자들도 뛰어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바로 기획사 혹은 제작사. 6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 까지가 음반업계의 호황기였다. 특히 90년대 초 중반은 황금기 였다. 2~30만 정도는 흔했고 100만 이상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SM 같은 90년대의 수혜자 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도레미 같은 마이너 음반사가 메이저로 등극했다.

그러면서 갑,을,병 구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음반사-갑, 기획사-을, 가수-병. 기존의 대형 음반사들은 유통과 제작비 마이킹을..기획사들은 케스팅,제작,홍보를..그래도 대형음반사들은 노난 장사였다.

그러나 97년. IMF가 도래하며 모든것이 변했다. 그 이후의 고속 인터넷망과 함께 MP3출현! 기존의 음반사는 개 망하기 시작하며 소리바다 시대가 열렸다. 이때부터 음악은 돈내고 듣는 것이 아니었다.

아! 돈내고 듣는 것도 있었다. 휴대폰이 보급되며 새로운 활로가 열렸는데 컬러링,벨소리 가 그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음반사 기획사 음악가들조차 세상이 어떻게 뒤바뀔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SK 텔레콤이 2002년 부터 이 기술을 도입하며 컬러링 이라 하더라. 얼마 지나지 않아 오프라인 시장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결국 컬러링,벨소리가 음반시장을 잠식하며 비극은 시작된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스마트폰이 나오며 모든걸 폰 하나로 해결하는 시대가 되었다. 결국은 음악과 아무 관련없던 망사업자가 슈퍼 갑으로 등극한다. 오프라인:온라인 = 1:9. 로엔(멜론), CJ E&M, KT뮤직(올레뮤직), 네오이즈(벅스), 소리바다가 음원시장의 94%를 점유하고있다. 그중 로엔(멜론)이 54%의 압도적인 점유. 우리나라의 대중음악산업의 도식은 이렇다.

1.음원을 판매하는 서비스업체-슈퍼 갑
2.음반 유통사(직배사포함)-슈퍼 을
3.콘텐츠개발과 기획하는 제작사-병(슈퍼 병도 있다)
4.가수,저작자,실연자-정(아주 드믈게 슈퍼 정도 있다)

그래서 뭐 어떠냐고요? 음악은 더 이상 음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부가서비스로 존재할 뿐이다. 음악을 만드는 음악가는 피라미드의 최하층에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이것이 우리나라 음원산업의 실체다.

3000원으로 못사는것. 맥도널드 불고기버거 3900원. 스타벅스 오늘의 커피 3600원.
3000원 으로 살 수 있는것? 김밥천국의 누드김밥. 치즈라면. 멜론의 스트리밍 서비스!

편의점에서 담배한갑 팔면 100원 남는다.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로 나의 음악이 팔리면? 1원을 못번다.

“그런데 정말 어떻게 해야돼요?”

이런 얘기?.. 조심스럽다. 부담스럽다. 유명 당사자가 나서서 이런 얘기를 꺼내면 “뭐야 밥그릇 싸움해?”

나에게 또다시 전성기가 도래할 것이란 희망따위는 없다. 하지만 동료 후배들.. 아픈데 왜 아픈지를 몰라. 원인을 알아도 약이 없어.. 아무도 고쳐줄 생각이 없다. 현재 음원서비스 업체가 40%를 가져간다. 제작년에는 60%였지만 작년부터 고맙게도 20%를 돌려줬다. 그래서 제작사 44%, 저작권자 10%, 가수6%..스트리밍 서비스로 누군가의 노래를 들으면 작사/작곡자에게 0.2원 가수에게 0.12원이 돌아간다. ㅋㅋ 전 단위라니..

다운로드 해주면 작품자 10.7원 가수 5.4원.. 2014년 최저시급 5,210원. 가수가 그돈을 음원팔아 벌려면 965명이 다운로드 해주거나 43,416명이 스트리밍 해주면 된다. 오천만명이 한달동안 나의 음악을 들어주면 나같은 작품자는 무려 천만원을 벌 수 있다!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지만. 이정도면 음악을 할 이유가 있을까?

이제 음반 만들겠다고 마이킹 1억 땡기면 그 빚은 갚기 어렵다.

“공연 잘해서 돈벌어!!” 옛날에도.. 80년대 인세 떼먹던 음반사 사장 왈. “업소나가서 돈 벌면 되자너”

문제는 그것이다. 작가가 책 못팔고 싸인회로 먹고 살거나 프로야구 선수가 연봉없이 안타 하나에 10만원씩 받는다면 하겠는가? 시급 35000원의 대학 강사도 언젠가는..뮤지션도 언젠가는..하는 꿈이 있고 그 일을 사랑하니까..

그러나 현실을 알면 당신의 자식이 음악하겠다고 한다면 말려야 한다. 음원서비스 업체가 20%는 더 양보해야한다. 음원권리자의 몫이다. 그래도 스트리밍 환경이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지만 최소한 공정하다는 소리는 들을 수 있다.

대부분 상장사인 음원서비스업체는 주주의 이익을 보장해야 할테니 그들은 안한다. 대안을 찾아야 한다. 생각해 봤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토론도 해봤다. 해법이 있는가? 딱 하나 있을것 같다. 자본으로 부터 자유로운 음원 서비스 업체가 나타나야 한다. 주식회사? NO..협동조합? YES! 난망하긴 하지만 해야한다.

한국의 대중음악을 사랑하십니까? 지금 이대로 라면 고사합니다. 자수성가형 아티스트는 탄생하지 못합니다. 작은 규모의 음악가는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합니다. 인디? 취미로 하세요. 실용음악과?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에서 입상하는법 가르쳐야 합니다. 아님 대형기획사 연습생 되는법을 가르치던가. 한류? 그들만의 리그 입니다.

– 이 글은 푸념으로 쓴 글이 아닙니다. 이글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지만 마구 퍼날라도 상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