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와 인터넷 전문은행의 비전

z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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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핀테크’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 이라는 ZDnet의 칼럼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번에 쓴 포스팅(엄마는 더이상 은행에 가지 않는다)과도 관련이 있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 주제라 조금 적어보려 한다.

해당 기사의 주요 부분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요즘 내 머리를 때리는 궁금증은 “왜 핀테크일까?”란 질문이다. 단순히 “우리는 이런 서비스를 하려고 한다”는 마케팅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우리는 왜 핀테크를 고민해야 하는가?”란 존재론적인 성찰을 듣고 싶다는 것이다.

칼럼의 내용은 성찰이라기보다 ‘문제제기’였다. 핀테크라는 트렌드가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지금 꼭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를 통해 고객에게 뭐가 어떻게 더 좋아진다는 것인지는 대해서는 별로 논의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최근 금융위에서 재추진 의사를 밝힌 인터넷 전문은행과 관련해서 ‘실익이 크지 않다’라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의 ‘존재론적 문제제기’다. ‘핀테크’는 좀 광범위한 개념인지라 이 글에서는 범위를 좁혀서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해 얘기를 좀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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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호 對 하영구…상반된 지점 구조조정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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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이 없기 때문에 절감된 비용을 고객에게 되돌려줄 수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 관련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점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지만, 그 부가가치보다 비용이 더 크다고 단언하기는 좀 무리가 있다. 여기에 대형 은행들이 가진 규모의 경제나 인터넷 은행의 진입/학습비용까지 감안하면 비용 절감의 논리는 다소 취약해진다. 그러니 금융실명제 등 기존의 규제 시스템을 대폭 뜯어고쳐가면서까지 인터넷 전문은행이 꼭 필요하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핀테크든 인터넷 전문은행이든 중간에 있는 뭔가를 덜어내고 효율화하는 것만으로 혁신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기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뭔가를 덜어냈으면, 그 자리에 좀 더 가치있는 새로운 것을 채워 넣을 필요가 있다. 좀 더 매력적인 비전. 기존의 금융회사들이 제공하기 어려우면서도 시대가 요구하는 그런 새로운 가치를 제시해야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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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인터넷 전문은행이 추구해야 할 새로운 가치는 뭘까?

여러가지 방향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 결론부터 얘기하면 보다 유연하고 다양하고 전문화된 소매금융 유통 채널의 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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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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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상품의 제조-유통 시스템은 대량 생산과 유통, 밀어내기식 마케팅의 시대로부터 세분화된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이케아나 코스트코, 유니클로 등 색깔이 분명한 브랜드와 매장이 생기는가 하면 1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편의점과 소규모 매장이 다시 각광을 받기도 한다. 패스트 패션이나 온/오프라인의 각종 편집샵들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은행 지점으로 상징되는 금융의 유통 시스템은 여전히 과거의 대량 생산-대량 판매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이런 시스템이 굴러갈 수 있었던 이유는 일반적인 고객들의 생활 양식이나 금융 니즈가 비교적 단순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별로 가진 것 없이 시작했지만 직장에 다니면서 저축을 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면서 차도 한 대 사고, 또 청약통장 열심히 부어 대출을 받아 집도 사고, 경기가 좋을 때에는 주식이나 투자 상품에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가, 그때 그때 유행에 따라 보험도 좀 가입하고 하는 것이 어떤 전형적인 흐름이었다.

은행들은 이런 패턴에 맞는 상품들을 만들어 지점을 통해 대량으로 유통시켰다. 굳이 비용과 노력을 더 들여서 깊은 상담이나 맞춤식 추천 같은 것을 할 필요가 없었다. 고객의 니즈도 별로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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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부동산 신화가 주춤하고, 국내에도 저성장이라는 뉴노멀이 자리를 잡으면서 이러한 삶의 전형적인 패턴은 이미 깨지기 시작했다. 성장은 멈췄지만 이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 양식은 매우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삶의 양식이 다양해지면 금융에 대한 접근방식도 다양해질 수 밖에 없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어떤 사람들은 좀 더 적극적인 투자행태를 보이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은 투자 욕심을 버리고 관리에 더 신경을 쓰기도 한다. 각종 ‘혜택’을 쫒아 신용카드를 애용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계획적 소비를 위해 일부러 체크카드나 현금을 선호하는 사람도 생겨난다. 여전히 내집 마련을 꿈꾸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그 돈 있으면 다른 곳에 투자하겠다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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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상품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금융상품이라는게 형태가 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크게 어렵거나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는다.

문제는 상품과 고객 사이에 매칭이 잘 안된다는 점이다. 평균적인 고객 중에 스스로 자신의 삶의 방식에 맞는 계획을 세우고 금융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어디 가서 누구에게 물어볼 데도 없다.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사실 그런 계획과 선택을 도와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중앙집권적이고 획일화된 지점 시스템으로는 그런 기능을 수행하기가 적절치 않다. 고객들은 매우 랜덤한 속성을 띠고 있고, 그나마도 잘 찾아오지 않으며, 2-3년 마다 바뀌는 직원들은 그때그때 마주하는 다양한 고객들의 표면적인 요구사항을 처리해주기만 해도 벅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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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속성을 가진 다양한 고객군을 상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각 고객군을 세밀하게 분류하여 특성을 분석하고 전략을 세워 실행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과 만나는 접점에 가능한 많은 자율성을 주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다. 다양한 금융상품을 가져다 팔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놓고, ‘팔고 싶은 것 가져다가 알아서 팔아봐~’ 하고 맡겨버리는 거다.

아기 엄마들을 대상으로 태아 보험을 팔든, 중고차 시장과 연계해서 오토론을 팔든, 기업을 뚫어서 직장인 대상 재무설계 강연을 하든, 상품 추천 알고리즘을 만들어서 온라인으로 판매하든, 다양한 형태의 소매 조직이 생겨나 각자 나름의 타겟 고객과 전략, 채널을 가지고 자유롭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여러가지 금융상품을 소싱해서 공급하는 플랫폼, 중간 도매상이라 생각한다. 물론 자체적인 제조 기능과 판매 채널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자격을 갖춘 누구나가 상품을 가져다 팔 수 있도록 개방성을 가져야 한다. 동시에 상담/판매에 있어서 원칙과 프로세스를 지키도록 하는 시스템을 제공해줘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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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더디긴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이미 진행중에 있다.

금융위는 지난 12월 4일 발표한 금융소비자 정책 종합계획을 통해 ‘보험 슈퍼마켓’‘금융상품자문업’을 도입할 것을 발표했다. ‘펀드 슈퍼마켓’ 즉, 펀드 상품을 모아서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플랫폼은 ‘펀드 온라인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이미 올 초 출범한 바 있다.

말하자면, ‘펀드 슈퍼마켓’ 이나 ‘보험 슈퍼마켓’은 (온라인 소매 판매를 겸한) 중간 도매상의 역할을 하는 것이고, ‘금융상품자문업'(또는 ‘판매중개업’)은 상품을 자문하고 판매하는 소매상이 되는 것이다. 영국에 발달해 있는 IFA가 이런 형태를 잘 보여주고 있는데, 금융위 또한 위 계획을 발표하면서 영국의 사례를 언급한 바 있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왜 ‘펀드’ 슈퍼마켓이어야 하고 ‘보험’ 슈퍼마켓이어야 할까? 그냥 모든게 다 있는 ‘슈퍼마켓’이면 더 좋지 않을까? 펀드 상담 따로 받아 구매하고, 보험 상담 따로 받아 구매하고, 기타 예금이나 다른 금융상품은 또 다른데 가서 알아봐야 한다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않고 고객에게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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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전문은행’이 그 ‘슈퍼마켓’의 역할을 하면 되지 않을까?

전통적 금융 슈퍼마켓이었던 은행이 지점이라는 배타적인 자체 소매 유통채널만을 고집했다면, 인터넷 전문은행은 온라인 직접판매와 더불어 외부의 서드 파티 채널을 적극 육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배경과 전문성을 가진 소매 판매채널들이 다양하게 출현하게 된다면, 이들은 다양한 모습을 가진 대중의 삶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개개인에게 좀 더 적합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과 기술은 이러한 맞춤형 서비스에 필요한 비용과 노력을 줄여줄 수 있다.

핀테크나 인터넷 전문은행이 내세우는 비전이 기존의 금융회사들도 할 수 있는 소폭의 비용 절감이나 편의성 개선에 그친다면, 외부에서는 이를 IT와 금융업 사이의 밥그릇 싸움으로 볼 여지가 크다. (물론 ‘대폭’ 개선은 의미가 있겠다) 이를 뛰어넘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고객과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면 변화의 필요성을 좀 더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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