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봇, 장난감 광고 애니메이션

구글 크롬캐스트

 

요즘 크롬캐스트로 아이들한테 유튜브 영상을 TV로 보여주고 있는데, 아들이 좋아하는 ‘또봇’ 애니메이션 전 시즌이 유튜브에 통째로 올려져 있는 것을 보고 좀 놀랐다. (바다탐험대 옥토넛도 마찬가지)

업로더가 제각각인 것을 보니 저작권자가 직접 올린 것 같지는 않고… 요즘엔 이런 저작권 있는 영상 컨텐츠가 유튜브에 무단으로 업로드되면 저작권자가 신고 등의 절차를 통해 얼마든지 제한, 유료화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상당히 오래 전부터 최근까지 계속해서 관련 영상이 올라오고 있는 것을 보면, 저작권자가 영상 업로드를 사후적으로 승인을 했거나 최소한 묵인하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관리해서야 영상 컨텐츠의 수익 모델을 어떻게 확보할까? 라는 질문이 머리속에 스쳤는데, 답을 떠올리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이미 또봇과 관련하여 수십만원을 지출했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집 또봇 OTL

 

일반 성인용 컨텐츠와는 달리 유아동 컨텐츠 비즈니스는 상품(장난감) 비즈니스와 아주 밀접하게 융합되어 있다. 사실 이런 모델이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최근 점점 더 다양한 분야에서 비즈니스 모델의 융합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그 결과로 기존 유료 서비스의 무료화 추세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봇을 통해 융합 비즈니스 모델의 특성을 살펴보는 것은 꽤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컨텐츠 업계 관계자 분들은 다 아는 뻔한 얘기일 것 같긴 하지만, 좀 더 설명을 덧붙여 보겠다.

 

컨텐츠와 상품이 융합된 비즈니스 모델을 보는 관점은 크게 두가지가 있을 수 있다.

먼저, 컨텐츠 중심의 관점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자는 당연히 컨텐츠 자체만으로도 소비자로부터 가치를 인정받길 원한다. 소비자들이 극장에서 표를 사거나, 인터넷 다시보기 혹은 유료 VOD 서비스(B,올레,U+ TV 등)를 이용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컨텐츠에 직접 돈을 지불하는 것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컨텐츠 제작사들은 이들을 고객화/수익화하기 위한 우회적인 방법을 찾게 되고, 유아동을 타겟으로 한 시장에서는 또봇과 같은 ‘장난감’이 훌륭한 매개체가 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상품’은 컨텐츠를 수익화하기 위한 ‘수단’인 셈이다.

다음은 상품 중심의 관점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위와 반대로 ‘컨텐츠’가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이름부터 노골적인 ‘레고 무비’도 그렇고, 또봇도 이런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영실업’(관련기사), 즉 장남감 회사가 새로운 로봇 완구를 기획하면서 ‘레트로봇’(관련기사)이라는 외주 제작사에 의뢰하여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영상 콘텐츠는 상품(장난감) 판매를 위한 홍보물이며, 다시 말하면 케이블TV에서 방영되는 또봇 시리즈는 애니메이션의 형식을 빌린 장난감 광고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생각해보라. 항상 새로운 변신 로봇(신제품) 출시와 동시에 새로운 시즌(광고)이 시작되지 않는가!

이런 상품 중심의 관점을 전제로 비용-수익 구조를 생각해보자.  애니메이션 제작비는 상품 판매량과 연동되지 않는 고정비의 성격이 강하며, 만들어진 컨텐츠를 유통시키는데는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TV 광고는 15초짜리를 내보내는데도 엄청난 광고비가 들지만, 애니메이션은 매일 수십분씩 방영하면서도 돈 한 푼 안낸다.(사실 편성과 관련한 방송사와의 계약관계는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이라 좀 자신 없긴 하지만, 최소한 제작사가 방송사에 거액을 건낼 것 같지는 않다) 또, 제작사 입장에서는 컨텐츠를 많이 유통시킬수록 장난감 매출이 늘어난다. 따라서 장난감 판매를 메인 비즈니스로 보는 관점에서는 애니메이션 컨텐츠를 무료로 뿌릴 유인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누가(유튜브 등) 돈도 받지 않고 자사의 상품 광고(또봇 애니메이션)를 노출해 준다는데, 저작권 따지면서 돈을 내놓으라는 광고주는 좀 상상하기 어렵지 않은가?

물론, 이는 이해를 돕기 위해 상반된 관점을 설명 것이고, 실제 여러 유아동 컨텐츠/제품의 수익모델은 이 두 관점을 섞어놓은 중간 형태를 띄고 있을 것이다. 제작사의 아이덴티티나 캐릭터/스토리/소비자의 특성 등에 따라 무게중심만 조금씩 다를 뿐이다. (물론, 애니메이션을 포함하여 장난감, 의류, 악세서리, 게임, 테마파크 등 각각의 영역에서 모두 수익을 뽑아내는 디즈니 형님같은 절대고수들도 있다.)

 

필살기 ‘용광로’를 시전하여 구매욕구를 폭발시키는 쿼트란!

 

또봇으로 인해 여러가지 시사점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애니메이션 컨텐츠를 금융 상담/자문 서비스에, 장난감 제품을 금융상품에 대입하여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원래 이 블로그의 기본 컨셉은 기승전금융이다) 하지만, 내가 이번에 좀 더 하고 싶은 얘기는 우리가 비즈니스를 보는 낡은 관점을 좀 벗어나 위와 같이 비전통적인 융합 비즈니스 모델도 하나의 새로운 방식, 좀 더 나아가 또 다른 표준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순수하게 단일 제품/서비스를 팔아 수익을 내는 전통적 시스템에만 익숙해진 사람의 관점에서는, 여러 비즈니스 모델을 융합하여 일부 제품/서비스를 무료로 살포하는 이단아들이 곱게 보일리 없다. 보통은 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악의 축으로 인식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의 개인적인 감정까지 내가 뭐라 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조직원들의 이러한 상황 인식은 조직이 새로운 경쟁 패러다임에 대응하는데 있어 굉장히 큰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이다.

상대를 정당한 경쟁자로서 인정해야만 무엇이든 진지하게 대응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법이다. 악의 축으로 규정하게 되면 선택지는 매우 편협하고 제한적이 될 수 밖에 없다. 기껏해야 ‘쟤네는 오래 못가 망할 것이다’라고 자기 최면을 걸거나, ‘쟤네는 반드시 망하게 해야 해’라는 생각으로 규제/감독 당국에 로비를 펼치는 것 정도가 아닐까 싶다.

예상대로 되었으면 좋겠지만,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망하는 회사들 중에서도 어려움을 뚫고 성장을 거듭하는 이단아는 꼭 나오기 마련이고,  로비 역시 처음엔 먹힐지 몰라도 어느 시점이 되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때가 반드시 온다. 상황이 그 정도까지 가면 전통적 기업에게 남는 선택지는 별로 없을 것이다. 모두 만시지탄일 뿐.

 

구글맵(내비게이션)     드롭박스(스토리지)    스마트폰(카메라)

구글맵(내비게이션) 드롭박스(스토리지) 스마트폰(카메라)

 

이처럼 비즈니스 모델의 융합에 따른 전통적 상품/서비스의 무료화 추세, 이에 따른 전통적인 ‘업’의 붕괴는 인터넷/모바일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아주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Google지도(vs 내비게이션) Dropbox(vs USB등 휴대용 스토리지), 스마트폰 카메라(vs 콤팩트 카메라) 등의 사례를 길게 설명하지는 않겠다.

 

산업 특성상 조금 템포가 늦긴 하지만, 금융업에 있어서도 비슷한 조짐을 관찰할 수 있다.

카드사들이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을 못내고 있는 것을 전통적 관점에서 보면 뭔가 시장이 비정상적이고 굉장히 왜곡된 것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본래 신용카드업이라는게 신용판매와 신용대출이라는 수익 모델이 융합된 것임을 생각해보면 이는 시장 성숙에 따른 경쟁 패러다임의 자연스러운 진화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또다른 무언가가 융합된다면 현재의 수익 모델 또한 근본적인 변화를 맞을 것이다.

최근 유진투자증권이라는 소형 증권사에서 주식 매매수수료를 2년간 무료화하는 이벤트(아래 그림)를 벌이고 있다. 브로커리지 수수료 중심의 전통적 수익모델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행위는 업을 붕괴시키는 천인공노할 행위로 볼 수도 있지만, 관점을 달리 하면 증권사들이 새로운 수익모델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창조적 파괴로 해석할 수도 있다. 주식거래를 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차별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만 있다면 이미 낮아질대로 낮아진 매매수수료를 무료화하는 것은 별로 큰 일이 아니다.

 

유진수수료무료

유진투자증권 이벤트

 

그 밖에도 최근 소액 결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카톡 뱅크월렛’이나 ‘Toss’, 펀드 수수료를 대폭 낮춘 ‘펀드 온라인 코리아’, 그리고 여러가지 비전통적, 저비용 구조의 영업 방식을 통해 금융회사들의 전통적 대면 접점을 조금씩 침범하고 있는 각종 모집인 조직과 관련하여, 전통적 관점을 가진 기존 금융인들은 이들을 애써 무시하고 과소평가하고 백안시하는 경향이 있다. 여러가지 면에서 아직 부족해 보이는 이들을 경쟁자로 인정하자니 자존심도 상하고, 한편으로 그들의 잠재력을 생각하면 두렵기도 하다 보니, 여러가지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며 애써 외면하거나 고민을 미루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존재는 분명한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점점 더 성장하고 있으며, 법/제도를 비롯한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들도 하나 둘씩 해결되고 있다. 전통적 금융회사들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사실을 직시하지 않은 채 뭔가 대응책을 세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내 비즈니스를 파괴하는 것을 쳐다보는 것 자체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니코 멜레, 기사 링크)

 

자, 이제 용기를 내서 그들을 쳐다보자.

그들이 새로운 표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그들의 방식을 깊이 들여다보자.

그 다음에야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을 시작할 수 있다.

 

※ 유아동 컨텐츠 비즈니스 관련 내용은 산업적 특성이라는 큰 틀에다 확인 가능한 팩트와 약간의 추측을 덧붙인 것이다 보니, 세부적으로는 사실과 다른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또봇이 업로드된 이유가 단순 관리 소홀이라던가;) 혹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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