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금융의 “총”과 “대포”

오늘의 주제는 짐 콜린스 아저씨의 신간인 위대한 기업의 선택(Great by Choice)이다.

Jim Collins             

 

책소개나 서평, 저자 인터뷰는 이미 많이 있으니 굳이 덧붙일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최근 우리 회사의 주요 화두인 따뜻한 금융과 관련하여 와닿는 부분이 있어 조심스레 몇 자 적어보려 한다.

저자는 리스크가 높고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눈부신 성공을 거두는 기업들에게서 나타나는 세가지 공통점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광적인 규율(fanatic discipline)”, “실증적 창의성(empirical creativity)”, “생산적 피해망상(productive paranoia)”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실증적 창의성” 부분인데, 저자는 이 개념을 설명하는 비유로 “총과 대포”를 들고 있다. 내가 이해한 내용으로 주관적으로 각색해서 설명을 하자면 다음과 같다.

기업이 새로운 전략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성공으로 이끄는 것전쟁에서 새로운 목표물을 설정하고 이를 명중시켜 큰 타격을 입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선택지가 생긴다.

  1. 어떤 목표물을 쏴야 하는가? (목표물의 유효성)
  2. 목표물을 맞추려면 어떤 방향으로 쏴야 할 것인가? (방법론)
  3. 포탄의 수량이 몇개 안되는 대포로 쏠 것인가, 총알이 많은 총으로 쏠 것인가? (베팅의 수준)

여기서 문제는 1번과 2번의 질문에 대한 답은 쏴보기 전에는 확실히 알 수 없다는데 있다. 여러가지 새로운 목표물들 중에 매력적으로 보이는 몇 가지를 추려볼 수는 있겠지만, 그 목표물이 유효한 것인지, 겉만 그럴 듯하고 실속없는 미끼인지는 확신을 할 수 없다. 설령 그것이 유효한 목표물이라고 한들, 바람의 방향, 지형지물, 사거리, 사수의 성향 등 모든 변수를 감안하여 어느 방향으로 쏴야 그곳에 정확히 명중시킬 수 있는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3번 대포로 쏠지 총으로 쏠지를 결정하는 데 감안해야 하는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대포는 한 발만 맞춰도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제한된 포탄의 수량을 감안할 때 아무 것도 맞추지 못할 위험도 크다. 총은 한 발로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발을 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방향이든 결국 한발은 맞출 가능성이 높다.

짐 콜린스가 발견해낸 사실은, 성공하는 기업들은 이처럼 목표물의 유효성과 방법론에 있어서의 불확실성을 감안하여 먼저 총을 여러 방향으로 쏴서 명중 여부를 확인한 후 검증된 방향으로 대포를 쏘더라는 것이다.(사거리/탄도는 똑같다고 가정하자) 총을 한발 쏴서 얼마나 빗나가는지 관찰하고, 방향을 보정한 후 또 한 발을 쏴서 다시 관찰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다시 방향을 보정하는 과정을 계속 거치다 보면 어느 방향으로 쏘면 목표물에 명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검증된 방향으로 대포를 쏘는 것이 잘못된 목표물을 설정하거나 목표물을 빗나갈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라는 것이다. 물론, 총이 맞았는데 잘못된 목표물이었다거나, 아무리 총을 쏴도 맞지 않으면 대포를 쏘지 않고 빨리 다른 목표를 찾아야 한다.

 

이제 회사로 눈을 돌려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1. 따뜻한 금융이 유효한 목표인가?
  2. 어떤 방식으로 시스템을 바꿔 나가야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
  3. 시스템 개편안을 어느 정도로 광범위하게 실행해볼 것인가?

따뜻한 금융의 개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자 한다. 사실 따뜻한 금융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이나 시도라면 무엇이든 적용될 수 있으므로 그냥 기존의 것과는 다른 전략적 방향이라 생각해면 이해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1번 ‘따뜻한 금융이 유효한 목표인가?’에 대해서는 현실적 어려움을 들어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적어도 그것이 이상적인 모습이라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의 공감대는 형성되었다고 생각한다. 비유하자면, 현실적으로 맞출 수 있을지 없을지는 확신하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그것이 유효한 목표물일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공감대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제대로 실행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다.

2번 ‘어떤 방식으로 시스템을 바꿔 나가야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와 관련해서는 여러가지 주장은 있을 수 있지만 솔직히 아무도 모른다. 지금까지 집중해 왔던 기존의 목표물이 있고, 모든 평가/보상 시스템이 기존의 목표물을 보다 더 잘 맞출 수 있는 방향으로  최적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목표물을 맞추기 위해서는 총구를 어떤 방향으로 돌려야 할지, 인센티브 체계를 어떤 방식으로 바꾸면 되는지는 정말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면서 찾아나가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것이다.

3번 ‘시스템 개편안을 어느 정도로 광범위하게 실행해볼 것인가?’도 그렇다. 모든 영업현장에 대한 대대적인 평가체계 개편이 대포라면, 몇 개 지점을 골라 실험적 평가체계를 적용해보고 어떻게 되는지 관찰하는 것은 총을 쏴보고 명중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대포를 쏘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어렵다. 한 번 쏘아 맞추지 못한 상황에서 또 대포를 쏘자고 얘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어떻게 보면 대포알은 하나밖에 없는 것이다. 총의 장점은 여러 곳을 향해 동시에 쏴볼 수도 있고, 쏜 다음에 또 쏘자고 얘기하기도 비교적 쉽다는 것이다. 총을 한군데만 쏘아서는 대포랑 다를 바가 없으니, 여러개의 실험군을 만들어서 각각 다른 버전의 평가체계를 적용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우리도 파일럿팅을 해본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목적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 돌아봐야 한다. 이미 대포 쏠 방향을 다 정해놓고 그 근거를 만들기 위해 의례적으로 총을 한 번 쏴본 것이 아닌지. 반대로 대포 안쏘기로 다 정해놓고, 그 근거를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총을 한 번 쏴보았든가. 어느 정도 결과를 열어놓은 상태에서 여러가지 가능성을 실험해보기 위해서 파일럿팅을 해 본 경우가 최근에 있었는지…정말 궁금하다.

총을 쏴보지 않은 상태에서 어디로 대포를 쏴야할지를 놓고 논쟁하는 것은 시간낭비에 가깝다. 여러가지 주장은 있겠지만 스스로 책임질 수 있을 만큼 확신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테고, 설령 그런 사람이 있다 해도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는 줄어들지 않는다. 결국 결론은 새로운 방향으로는 대포 못쏘겠으니 그냥 쏘던 목표물이나 잘 맞추자는 방향으로 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기 이전까지, 우리는 굳이 다른 목표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없는 시대를 살아왔다. 이미 유효한 목표물이 있고, 그 목표물을 맞출 수 있는 검증된 방법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다른 목표물을 찾지 않아도 되니 총을 쏘면서 실험을 해 볼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기존 목표물의 유효성이 감소하고, 방법론에 있어서도 여러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기존 목표물을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새로운 목표물과 새로운 방법론을 모색하지 않으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른 것이다.

 

총을 쏴야 한다.

 

대포 쏘기 전에 그냥 형식적으로 쏘는 총이 아니라, 목표물을 탐색하고 탄도를 확인하기 위한 진짜 총을 쏴야 한다. 처음에는 서투를 것이다. 오랫동안 제대로 쏴본 적이 없으니까. 다행이도 아직 총알은 많다. 지금부터라도 연습하면 된다. 총알 몇 발, 아니 몇십 발, 몇 백 발 빗나간다고 해서 전쟁에서 지지 않는다. 오히려 꾸준히 총을 쏘지 않으면 점점 시대의 흐름에서 뒤쳐질 것이고, 결국 핀치에 몰려 다급한 마음에 엉뚱한 곳으로 대포알을 다 쏴버린 후 백기를 들 것이다. 쏘지 않은 총알을 가득 안은 채…

Advertisements